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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10/10 00:40:17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4036108026
Subject [일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 격렬하게 충돌하는 부조리와 불합리. (스포)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블랙 코미디와 부조리함이 두드러지는 영화입니다. 풍자와 비꼼이 가득하면서도 그 이야기의 주제는 굉장히 직선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어떤 측면에서 이 영화는 양쪽 모두에게 야유를 보내는 영화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대령의 인물도 그렇고, 엄밀히 따져서 저항 조직이 주인공에게 해준 것들이 많지는 않거든요. 그들을 도와준건, 그리고 그 추적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던 건 '이민자' (출신으로 추정되는)와 '원주민'이었죠.

개인적으로 한 가지 짚고 넘어간다면, '아반티' (원주민 혈통의 현상금 사냥꾼) 캐릭터의 마지막은 약간은.. 작위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러니까, 또 하나의 부조리, 불합리한 코미디이면서도, (이민자를 쫓아내는, 원주민을 쫓아내고 자리잡은 '사람들') 약간은 주제를 위해 편의적으로 사용된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다만, 스토리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영화의 퀄리티 자체는 폴 토마스 앤더슨스럽긴 했습니다. 제가 <팬텀 스레드>를 보면서 '재봉선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면,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3명(+1명)의 추적극을 그리면서도 영화의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더라구요.

양쪽 모두에게 야유를 보내지만, 야유의 깊이와 양은 조금 다르긴 합니다. '공평한 모두까기'의 영화는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이든 혹은 단체든 한 부분 내지 여러 부분에서 나사빠진 모습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에게 '그닥 호의적이진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스티븐 J. 록조 대령은 코엔 형제의 영화나, 혹은 약간은 스콜세지 스러운 악역입니다. 인종 차별자면서, 퍼페디아에 대해 욕정을 품었으며, 상승 욕구와 폭력적 성향, 그리고 그로 인해 되게 허무한 최후를 맞는다는 점까지 굉장히... '부조리'하다는 느낌이 드는 악역이었거든요.
저는 이 영화가 굉장히 '코엔 형제'스러웠어요. 웃기에는 애매하고, 기묘하게 뒤틀려있는 코미디 센스라는 측면에서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 결말이 굉장히 파멸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그랬구요.

영화는 그래서 굉장히 '부조리 코미디'스러운 느낌입니다. 동시에, 그 안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의 '불합리성'을 비꼬고 있구요. 상당히 많이 오랜 이야기를 하다가 암구호에서 막히는 그 난장판이나, 그 와중에 책임자 바꿔서 어떻게든 해결하는 이야기도 그렇고, 상당히 다양한 부분에서 '어긋나는 지점'을 통해 이야기와 코미디가 진행됩니다. 그 '어긋나는 지점'이 어찌보면 개인의 욕망과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와 주제가 그 부조리한 모순성에서 비롯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결말은... 뭐랄까, <돈 룩 업>이 지나치게 멀리 간 건가? 싶었던 처절한 배드 엔딩이었다면, 이 영화의 결말은 약간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결말이 아닐까 싶으면서도, 혹은 지나치게 낙관적인건 아닌가? 싶은 '약간의 희망' 엔딩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작은 저항과 작은 혁명에서 시작하는 불씨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현실이 지나치게 큰 폭풍이 불고 있는 시대이기에, 지나치게 낙관적인 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하구요.

p.s. 저는 이상하게도, 록조 대령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전 WWE 회장인 빈스 맥맨이 떠오르더라구요.
p.s. 2 영화가 지금까지의 감독 필모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이긴 한데, 모두까기는 대체로 인기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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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척석사
25/10/10 02:02
수정 아이콘
록조 걷는폼이랑 근엄한듯만듯한 표정때문에 그런거아닐까요
노챈스 틀고나올때 그렇게 걸어나오니까요
aDayInTheLife
25/10/10 05:01
수정 아이콘
그럴 수도 있죠. 그냥 생각이 머리 스타일이나 그런 점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구요.
베라히
25/10/10 08:14
수정 아이콘
이 영화가 2024년 7월까지 촬영된거니깐 양쪽 모두까기가 맞기는한데
현재 미국의 상황을 보면 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우파진영이 불편해 하는 것 같습니다.

https://extmovie.com/movietalk/93343837
aDayInTheLife
25/10/10 08:43
수정 아이콘
그게 뭐.. 아무래도 양쪽까기라도 그 양과 깊이가 같진 않으니까요.
베라히
25/10/10 08:51
수정 아이콘
영화제작은 바이든정권 시절때 만들어졌는데
정작 영화를 보면 지금의 트럼프정권을 연상시킵니다.
밤가이
25/10/10 09:35
수정 아이콘
퍼피디아나 중간성을 택한 학생이 밀고자고 나머지는 꾸준히 나름의 혁명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패션혁명가나 우월주의자를 조롱하는 것으로 봤습니다.
카라테센세나 이민자들의 모습이 이민자체포작전조차 그들에겐 호우기간 지나가듯 척척 움직여서 긴장속에서도 불안보다는 밥의 코믹스런 모습을 잘 볼수 있었네요. 메트로놈같은 통통거리는 배경음도 독특하면서도 도망씬과 잘 어우러져서 좋았습니다. 상영관이 적어서 문제지 보면 다들 재밌어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aDayInTheLife
25/10/10 10:23
수정 아이콘
사운드 진짜 좋더라구요. 조니 그린우드로 알고 있는데..
25/10/10 11: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공감합니다.
진보 진영을 지지하는 영화처럼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지만
혁명을 위해 과격한 범죄와 피해를 끼치는 행위, 혁명이라는 포장하에 가족을 저버리고 자신의 이권을 위해서라면 동료를 배신하는 모습에서
단순히 그쪽을 지지한다면 보는 사람에게 이런 이미지로 보이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구요

보수 진영을 깔때는 우월주의, 권력의 부정한 사용으로 전개하구요

이 영화가 보여주는건 애매하게 걸쳐있던 주인공의 인간으로서의 성장과 아이를 도와주고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많은 사람들
딸을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멈추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한걸음 성장하여 아버지가 된 모습

소재는 정치적 요소지만 주제는 양쪽 진영을 모두 까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거 같았습니다.
연출이나 음향, 연기는 당연코 최고였구요
aDayInTheLife
25/10/10 11:22
수정 아이콘
어느 한쪽 편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렇다고 이게 편향된 영화냐?에 대해서는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와중에 완성도는 엄청나구요.
왓두유민
25/10/10 12:45
수정 아이콘
(수정됨) 크게 4가지의 대립하는 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름을 다 잊어버렸네요)

1. 프렌치75와 숀펜
- 여기에 중점을 해서 보면 좌우대립의 얘기로 볼 수 있겠고요
- 제 생각에는 영화는 둘 다 매우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2. 프렌치75와 딸
- 여기에 중점을 해서 보면 구시대의 진보좌파혁명(68혁명 이후로 대변되는)에 대조되는 미래 시대의 혁명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로 보이고요
- 궁극적으로는 혁명이 필요하다는 얘기긴 합니다 다만 그 혁명의 계기나 근본 사상이 개인의 공명심이나 ego 그리고 분노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연민에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돼요 특히 아래 3, 4번과 연관지어보면요

3. (현재의)디카프리오와 숀펜
- 키워준 아버지와 생물학적 아버지
- 프렌치75 내에서는 이미 퍼피디아와 숀펜이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딸도 숀펜의 핏줄이라는 소문이 있는 만큼 디카프리오도 그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 그럼에도 디카프리오가 딸을 16년간 키워온 것은 결국 인간애에 기반한 것이죠. 숀펜처럼 DNA검사에 따라(피아식별) 내편 네편을 나누는 것이 아니고요.
- 영화 말미에, 딸이 암구호(피아식별)를 계속 요구하지만(정치적 극단주의로 해석할 수 있겠죠) 디카프리오는 "아빠"라는 말을 가장 먼저하고, 반복합니다.
- 다른 얘기로, 디카프리오가 암구호를 잊어버리는 장면은 유머러스하기도 하지만 역시 인간성이 아니라 피아식별에 따른 정치분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4. 프렌치75와 센세이
- 둘 다 이민자를 돕는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그 방식과 기반이 매우 다릅니다
- 프렌치75는 공명심 내지 허영심을 위하여, 또는 기득권자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위하여 이민자를 돕는 모습이고, 센세이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댓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이름을 알리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이민자들의 처지가 딱하고 도움을 요청하기에 자신을 '희생'하여 도와주는 모습이죠.
- 사실 디카프리오를 돕는 것도 동일한 이유입니다. 센세이 입장에서는 도울 어떤 인센티브가 전혀 없지만 딸이 납치된 자를 돕겠다는 인간적인 동기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 동일한 지위에서 그 인디언 혼혈 요원(?)이 있습니다. 자기에게 손해될 일이겠지만 역시 어떤 인간미에서 행동하고 그 자체로 선을 이끌어냅니다.

결국 이 영화는 기존의 진보좌파운동이 사실은 세상을 바꾸지도 못했고 자아도취적이라는 점을 꼬집으면서, 극우파가 득세하는 시대에서 인간성에 기초한 새로운 모습의 진보좌파운동을 촉구하는 내용이라고 느껴졌어요

결국 영화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보는 인물은 센세이 그리고 엔딩 장면에서의 딸입니다.
나머지는 다 편향되었거나, 나태하거나, 도취적입니다.
aDayInTheLife
25/10/10 14:25
수정 아이콘
약간은 엇나가는 이야기긴 한데, 디카프리오의 아버지 인물도 ‘우리는 그때 순수했다’ 싶은 닳아버린 혁명가 인물상이긴 하죠. 그것도 약간은 비꼼스럽구요.
사부작
25/10/10 14:13
수정 아이콘
저는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모두까기로 읽힌다는 게 좀 신기합니다.

프렌치75나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 같은 과장된 캐리커쳐 사이에서, 영화가 대놓고 상찬하고 있는 건 외부자/이민자들이 잃고 있지 않은 인간성과 그걸 현실적 힘으로 바꾸는 조직적 연대인데요.
aDayInTheLife
25/10/10 14:21
수정 아이콘
저는 말씀하신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어떤 조직을 긍정하기보단 개별 인간에 대한 긍정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조직이 아닌 개별 인간과 그들의 연대에 대한 긍정이니까요.
25/10/10 16:31
수정 아이콘
지엽적인 부분이긴 합니다만 엄밀히 따져봤을때 조직이 팻 부녀에게 해준게 많지 않다는 말은 좀 의아하네요. 최초 도피할 모든 기반, 시스템 메뉴얼을 모두 준것도 조직이고, 팻이 사상이나 암구호 등을 모조리 잊어버릴 15년간 비상 상황 전파에 대한 메뉴얼과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었고 제대로 작동했죠. 그 덕에 윌라는 디안드라의 도움으로 도피할 수 있었고요. 만약 펫과 윌라가 메뉴얼에 잘 따랐다면 말씀하신 이민자와 원주민이 개입할 여지 자체가 없었을 정도로 조직은 최선의 대처를 한걸로 보여집니다. 그러니깐 조직은 최선의 대처를 했지만 정작 도움을 받아야하는 대상인 펫(약물, 경각심 부족)과 윌라(아마도 신뢰 부족)가 메뉴얼에 따르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한거라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요.
aDayInTheLife
+ 25/10/10 17:03
수정 아이콘
음.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윌라의 보호라는 목적도 결국은 성공하지 못했고, 그걸 매뉴얼의 문제로 지연시킨 것도 분명 코미디성으로 소모되긴 했지만, 지엽적 절차에 대한 내용이었거든요.
저는 혁명가와 프렌치 75 모두 약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그 사람들의 신념도 결국 현실적인 이유로 좌절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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