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PTA 영화뿐 아니라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스포도 있습니다. 후자를 안 보셨다면 꼭 한 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저는 이번 영화를 보면서 대번에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이 떠올랐습니다. 둘 다 실종된 딸을 찾는 아빠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전위 조직에 의한 무장 혁명이라는 것이 난감한 시대착오로 느껴지는 21세기에 웃을 수 없는 코미디로 그려지는데, 이걸 또 온건하고 민주적이며 발전적으로 해결해 보자고 수습하려니 보이는 주류 사회의 폭력이 또 굉장히 잔인하고 강하다는 게 마음에 걸리고요. 이 과정의 잔인함, 그리고 '이게 이렇게 돌아간다고?' 싶어지는 희한하고 심한 블랙 코미디 같은 진행이 묘하게 연상을 자아냅니다. 디카프리오가 정말 폭탄 전문가로서 뭔가를 보여줬다면 저는 더더욱 전기 기술자였던 송강호와 비교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물론 다른 점이 더 많죠. 무엇보다 엔딩이 극단적으로 다릅니다. 복수는 나의 것의 엔딩은 희망을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서 완벽합니다. 혁명 조직은 약자들의 복수를 하는 역할은 해도 사회를 바꾸는 어떤 혁명도 해내지 못할 거예요.
그러나 PTA의 이번 영화는 의외로 굉장히 긍정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엄마의 편지가 진짜인지 거짓인지 모르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혁명 조직이 실패할지언정 진짜 중요한 무언가와 싸우고 있는지, 자기기만의 값비싼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 것처럼요. 그래도 다음 세대로 저항의 정신이 이어진다는 게 중요한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앞의 내용에 비해 이런 긍정적인 엔딩이 나이브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건, 트럼프나 그 코어 지지자처럼 너무나 캐리커처 같은 극우가 현실 미국에서 보이기 때문입니다. 참 요상해요.
영화는 의도적으로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밥을 겉돌게 하고요, 전위 조직은 자기들만의 성채를 쌓고 살고 있습니다. 실제 일을 일처럼 하는 건 두 팔과 다리로 미국을 굴리고 있는 이민자, 생활의 달인들의 연대입니다. 혁명 조직이 영화 도입부에서 마치 메시아처럼 이민자들을 구출했었죠? 이제 그 사람들이 묵묵히 미국을 바꿀지도 몰라요.
딸 세대가 만들 혁명은 그래서 전위 조직이 아니라 다른 뭔가가 되어야 할 거예요. 델 토로가 보여준, 대중과 유리된 전위가 아닌 완전히 지역 커뮤니티와 융합된 비상 체제 같은 것도 꼭 참고할 만하겠네요.
그럼 전직 무장 혁명가, 영포티 디카프리오는요?
엄마의 편지를 전해주든 만들어내든 스토리텔러의 역할이 있지 않을까요? 혁명의 스토리텔러,유튜브 해야겠네요. 폭탄으로 장난감 같은 거 터뜨리는 콘텐츠 같은 거 섞으면 대박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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