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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10/08 22:12:23
Name 석양속으로
Subject [일반] [예능추천]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 많이 뒤늦은 후기(스포 주의) (수정됨)
저는 지니어스류의 두뇌 게임 서바이벌을 좋아하는 애청자이지만, 사상검증구역은 2년이 다 되어가는 이제야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청룡어워드 대상수상작이라는 소식을 들었고, 피의게임 댓글등에 사상검증구역이 재밌다는 반응을 들었지만, 참가자 전원이 무명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점과 정치가 주가 되는 서바이벌이라는 점에서 그닥 흥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넷플릭스에서 최근에 개봉한 크라임씬 제로를 재밋게 보았고,  비슷한 장르인 서바이벌류에 뭐 재밌는 게 없을까 기웃대다가 사상검증구역이 유튜브에 4화까지 풀버전이 공개됐다는 사실을 알고 보기 시작했다가 전회차를 한달음에 달리게 되었습니다.
다보고 난 지금 소감은 와 이 재미있는걸 이제야 보다니와, 이런 숨은 명작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안타까움입니다.
특히나 제가 좋아하는 커뮤니티인 PGR에 관련글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좀 충격이어서 저라도 늦게나마 후기글 올립니다. 이후 글 내용중에 스포가 조금 있을 수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뒤로 눌러서 유튜브로 4화까지라도 보시기 바랍니다.





1.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어떤 예능인가
12+1명의 출연자가 서로 경쟁을 펼쳐서 많은 상금을 차지하는 두뇌,정치 서바이벌 예능입니다. 하지만 다른 서바이벌 예능과는 많이 다릅니다.
첫째, 우승자 1인이 상금을 독식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최대 8명이 상금을 나눠가질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데블스플랜에서 궤도의 모두가 함께 살고 같이 가는 전략은 시스템상 위선일 수 밖에 없지만 사상검증구역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플랜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뭐야 그럼 치열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겠네 싶겠지만 놀랍게도 이 프로그램은 치열하고 재미있습니다.
둘째, 장동민의 차력쇼 같은 기억력, 추리력, 연산력등의 두뇌대결은 없습니다. 피의 게임처럼 신체를 활용하여 대결을 펼치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두뇌를 쓰고 신체를 활용해야할 게임이 나오지만 이는 참가자들이 팀으로 상금을 버는 활동이지 그로 인해 탈락이 결정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래서 게임을 못해도 큰 불이익이 없습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좋은 매너와 태도를 가지고 자기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며 상대방을 설득하고 커뮤니티를 유지해나갈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또 재미없어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재밌습니다.

2. 사상검증이 뭔데
참가자들은 본격 합숙하기전 4개의 카테고리화된 사상을 테스트 합니다. 정치(좌:우), 젠더(페미:성평등), 계급(서민:부유), 사회(개방:전통)로 분류된 사상을 검증받고 이를 점수화합니다. MBTI 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는 보통 민주당-좌-페미-서민-개방이나 국민의힘-우-성평등-부유-전통이라고 스테레오화된 타입을 생각하기 쉬운데 여기 참가자들은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정치적으로 우측에 있거나, 여자이지만 반페미인 사람도 있는 등 다양한 조합의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성향이 다른 참가자에게 밝혀져 저격을 당하면 탈락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을 숨겨야 합니다.
첫날 첫대면에서 참가자들은 매너좋게 인사하고 대화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다음 질문에 대해 주민들은 이렇게 응답하였습니다. "모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다, 그렇다2, 아니다10" 순간 화기애애하던 참가자들은 표정이 굳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중에 2명이나 있다고?

3. 더 커뮤니티
낮에는 팀으로 게임에 참여하여 상금을 벌고 밤에는 개인전으로 익명 토론 채팅을 벌여 상금을 획득합니다. 이렇게 모은 각자의 상금은 참가자 전원의 먹거리등 공동생활을 위해 일정비율을 공금으로 차출합니다. 이러한 커뮤니티의 규칙을 정하고 생활을 규율하기 위해 일일 리더를 뽑습니다. 리더는 공금의 세율을 정하고 상금을 벌 수 있는 팀을 선발하고 상금을 분배하며 무엇보다도 탈락면제권이라는 막강한 티켓을 얻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율을 높일 것인가 낮출것인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할것인가 기여치대로 차등하게 분배할 것인가등으로 갈등하기 시작합니다.

4. 불순분자와 기자
불순분자는 일종의 마피아 같은 사상검증구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불순분자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불순분자가 있다, 불순분자는 참가자들의 사상을 하루에 한명씩 알 수 있다등의 정보가 하나씩 공개될때 마다 커뮤니티는 혼란에 빠집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부족한 정보만 가지고 불순분자로 추측합니다. 그러다 기자라는 역할을 뽑게 됩니다. 그런데 이 기자가 알려주는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기자만 알 수 있습니다. 유일하게 불순분자를 알아낼 수 있는 기자의 모호한 행동 때문에 그 신뢰성이 바닥을 치며 커뮤니티는 또 혼란에 빠집니다.  마지막화까지 다 보면 사실 불순분자는 그렇게까지 위험한 존재는 아닙니다. 하지만 불순분자라는 용어가 주는 선입견, 그리고 나의 정보를 모두 알수 있다는 공포감에 서로가 불신하게 됩니다.

5. 야간 익명 채팅 토론
매일 밤마다 익명으로 토론을 벌여 상금을 획득하는데 그 토론 주제가 또 정말 재밌습니다.
1) 국가 발전에는 유능한 독재자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
2) 데이트 비용을 더 내는 남자가 섹시한 것은 자연스럽다
3) 빈곤의 가장 큰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4) 대중매체 속 조선족 범죄자 묘사는 사라져야 한다
낮에는 매너있게 대화하고 행동하던 참가자들이 밤에 익명으로 토론할 때는 상대를 조롱하고, 말꼬리를 잡고, 거칠게 자기의 의견을 표출합니다. 참가자들은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궁금해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지만, 또 기존의 자기 생각이 조금씩은 바뀌기도 합니다.
후반부에 국민참여재판도 2번 여는데 이것 역시 토론 내용이 정말 재밌습니다.

6. 참가자
정말 어떻게 일반인 중에서 이렇게 개성넘치고 매력터지는 참가자만 골라서 모았는 지 놀랍습니다.  
그중에 하마님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인데 만나볼래 하면 손을 절레절레 저을 정도로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인데도 사상검증구역을 보면서 저의 최애가 된 캐릭터입니다. 윤상현에게 나 어떡해로 비호감으로 박힌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여기에서는 너무나 호감형이고 반듯한 사람으로 나옵니다. 그나마 비중이 없고 캐릭터가 약한 슈가님도 마지막화에서 절 빵터지게 만들었네요.




7. 맺으며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생각, 사상, 신념,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도 우리는 어우러져 살아야 하고, 그들이 생각보다 괴물은 아니며 우리는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소통, 완전한 정보 공유, 그리고 신뢰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합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유토피아는 있을 수 있었습니다. 서로간의 불신으로 그 유토피아는 망해버렸죠.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재미, 긴장, 블랙코미디, 감동, 눈물까지 다양한 감정을 경험했네요. 생각할 거리도 많았고, 토론할 거리도 많았습니다. 정말 잘만들었고 청룡어워드, 백상예술대상 2위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생각보다는 인기가 없는듯 나무위키 정보도 부실하고, 관련글도 많이 없는게 아쉬웠습니다. 혹시라도 아직까지 안보신 분들은 얼마 남지 않은 명절 연휴에 재미있게 보낼수 있는 예능으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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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뇨띠
25/10/08 22:24
수정 아이콘
질게에서 추천받아서 봤는데
상당히 훌륭한 게임 시스템이었고
2도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 들었습니다.
빌런이 아주 잘 연기하고 캐리해 준 것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더 지니어스, 피의게임 이런 레전드 도파민 유도제만큼은 아니어도 지루하지 않게 쭉 잘 봤네요.
석양속으로
25/10/08 22:42
수정 아이콘
빌런이 너무 자기역할을 잘해줘서 다른 참가자였다면 이정도의 재미를 뽑아낼수 있었을까 의문은 드네요.
빵pro점쟁이
25/10/08 22:32
수정 아이콘
저도 질게에서 추천받고 너무 재밌게 봤어요
편집의 힘을 좀 발휘해서 시청자들에게도 불순분자가 누구인지 모르게 감췄다면 어땠을까 종종 생각하곤 합니다
울산HD
25/10/08 23:10
수정 아이콘
서바이벌 프로그램 좋아하긴 하지만 좀 지친다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확실히 다른 느낌이더라구요.
정말 강추 합니다.
리니시아
25/10/08 23:15
수정 아이콘
2 언제나와..
보로미어
25/10/08 23:25
수정 아이콘
1편이 워낙 훌륭해서 2편이 잘 나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잘 빠진 처음 보는 류의 서바이벌 예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럭키비키
+ 25/10/08 23:59
수정 아이콘
웨이브도 볼게 많은거같은데 점유율이 낮아서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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