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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5/19 21:34:10
Name 카오루
File #1 d0008257_0383791.jpg (75.8 KB), Download : 86
Subject [일반] 그냥 보통 인생이야기


취중에 적는 글이기도 하고, 내일 아침에 후회되서 지워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우여곡절이 많았던 제 인생에 관해서 어딘가에는
누군가에게는 말하고 싶어서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1) 한때 제 인생을 만화에 바쳤었습니다. 학창시절도 없이 캠퍼스라이프도 없이 고등학교때부터 화실에서 밤새도록 마감하면서 모든걸 꿈을 위해서 바쳐왔습니다. 그 흔한 수학여행 한번 못갔네요


2)그러다가 고등학생의 나이에  과로로 병원에 실려가게 됩니다. 정말 지독한 화실이었죠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10손가락에 안에 드는 곳이었는데 주는 밥이라곤 진짜 밥+김치였고, 밤새는건 당연한거였고, 월급은 한푼도 없었고요, 병명은 말 못하겠지만 각 합병증에 걸려서 공익판정을 받게됩니다.


3)공익생활을 하면서도 꿈을위해서 언젠가의 희망을 위해서 열심히 그렸습니다. 사무실 창고에서 아침 6시에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사무실 일하면서 미친듯이 그렸습니다. 그런데...영챔프는 폐간하고 출판만화는 점점 망해가고 희망이 도저히 안보이더라고요. 그럴때 공무원들이 제 눈에 보였습니다. 깔끔한 정장에 안정감...정말 부러웠습니다. 위에 캠퍼스 라이프를 포기했다고 했는데 저는 정확히 중학교때부터 그림하느라 공부를 아예 잡아본 적조차 없습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어느날 친구한테 물어봤습니다 'get'이 무슨 뜻이냐?...


4)공무원 시험을 시작했습니다. 26살의 나이...결코 적지는 않은 나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작한건 'THANK'가 왜 땡큐라고 읽히느냐 거기서부터 였던것 같습니다.


5)하루 공부시간 초시계 14시간의 강행군... 공부 하면서 1.5였던 시력은 0.3으로 떨어지고 몸무게는 키가 179임에도 어느새 59kg까지 떨어졌습니다. 해가 뜨기전에 독서실에 가서 해가 지고 나왔기에 피부는 점점 하예져 갔습니다. 그래도 주말에 하루는 쉬었네요, 그림그릴때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그 휴식에 마냥 행복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27살에 행정직 9급에 합격하게 됩니다.


6)공무원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https://www.pgr21.co.kr/?b=8&n=57376 pgr에도 올린적 있지만 술취한 사람한테 폭행당한적도 있었고 언제나 격무부서에서 일했기에 간단한 업무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좋게 봐주신 분이 있었는지 소속 지자체에서 가장빨리 승진을 하게됩니다.


7)누구나 그렇듯 결혼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 눈이 머리 위에 달려있다는 겁니다. 소개팅을 수십번 했지만 제가 마음에 드는 분은 저를 마음에 안들어하고....저를 좋아하시는 분은 제가 안좋아하고, 제 눈이 머리위에 있다고 자각 하면서부터 내눈높이에 맞는 사람에게 맞는 사람이 되자라는 생각에 또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됩니다. 얼굴 성형도하고 헬스 pt에 수백만원 넣으면서 체지방율 8%찍고, 눈썹문신하고 피부관리하고, 언제나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하늘이 그래도 좋게 봐주셨는지 저에게는 과분한 아내를 얻게 됩니다.

예전 기획사에서도 소속된적이 있는 객관적으로 주관적으로 배우급인 외모를 가졌고, 무엇보다도 저를 너무나도 챙겨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8)하지만 결혼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공무원을 무슨 의사나 판사급으로 생각하셨습니다. 뭐...20대 중반까지 학교도 안가고 돈한푼 안벌면서 그림그린다고 뒹굴거렸던 녀석이 갑자기 번듯한 직장 얻었으니 놀라셨던건 이해합니다만..문제는 제 와이프가 결혼을 저한테 오려면 집과 차를 해와야 하는게 아니냐 아니면 공무원이나 교사는 되야하는거 아니냐고 생각하셨다는게 문제였습니다.


9)결국은 상견례에서 상대방 부모님에게 모욕을주고, 와이프에게 x년부터 폭행을 암시하는 협박까지 일삼았습니다. 결국 부모님과 연을끊고 처가쪽 일가친척 돌아다니면서 무릎꿇고 사죄하고 예식장을 몰래 옮겨서 결혼하게 됩니다. 부모무터 일가친척 없는 결혼식.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근처에 있어서 자기 부모님을 대신 혼주석에 앉힌 형이 있고, 친척들대신 올라와준 형들이 있었습니다.


10)공무원이 되고 7년...어느날 살면서 무언가 남기고싶었던 무언가를 이루고 싶었던 그림그리던 시절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 파워포인트, 그래픽작업을 다시 손에 대기 시작합니다. 다시 한번 내인생에 도전을 해보자고 생각하게 됩니다.

보고서부터 기획서에 있어서 프로에 못지않은 그래픽 작업을하자고 공부하고, 공모전에 도전하고.....2017년에 결국은 상도타고, 어떻다보니 사내에서 성과급도 가장 좋게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축하주를 마시고 집에 와서 가만히 앉아서 과거를 회상하니 적은 나이에 굴곡이 좀 많았던것 같아서 글을 좀 남겨보게 됩니다.


그나마 결론을 남겨보자면, 노오오오오력을 한다고 꼭 잘사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 사는만큼은 살수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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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루
17/05/19 21:41
수정 아이콘
글속에서 열심히 살아오신 모습이 보이는 것 같네요.
저도 한때 저렇게 치열하게 살았었는데, 어느샌가 그러한 마음가짐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다시 다잡고 일어나야겠죠.
좋은 성과 축하드리고 건강 챙기시길..
살려야한다
17/05/19 21:41
수정 아이콘
보통 인생은 아니네요. 요즘 살 맛 나시겠어요. 업무에서도 인정받고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지금도 도전하고 계시니!
켈로그김
17/05/19 21:43
수정 아이콘
사는거 참 힘들죠.. 축하도 드리고 위로도 드립니다.
Thursday
17/05/19 21:52
수정 아이콘
멋지시고 존경스럽습니다.
17/05/19 21:56
수정 아이콘
그래도 나름 잘 살아오신 것 같네요. 대단하십니다.
이성경
17/05/19 22:20
수정 아이콘
정말 열심히 살아오셨네요. 제 인생을 돌아보게 되네요. 멋지십니다.
카롱카롱
17/05/19 22:22
수정 아이콘
멋지고 부럽고 대단하십니다. 앞으로 저도 더 열심히 살아야되는데 그럴 수 있을지 ㅜ
17/05/19 22:36
수정 아이콘
수고 많으십니다!!! 홧팅!!!!!!
17/05/19 22:44
수정 아이콘
8번이 제일 마음 아프네요. 이런 부분이란게 이성이 통하는 영역이 아니라서ㅠㅠ
드러나다
17/05/19 22:53
수정 아이콘
술은 맛나게 드셨는지요.
저도 지금 맥주한잔하는 중입니다.
카오루님의 인생에 건배.
앞으로도 건승을 기원드릴께요.
17/05/19 23:09
수정 아이콘
의지의 한국인이시네요.
제로에서 고시합격, 결단력있는 결혼도 그렇고, 직장생활에 이은 자기계발..
상타신 것 축하드립니다. 참 인생이 무엇하나 거저되는게 없지요..
앞으로도 화이팅!
17/05/19 23:20
수정 아이콘
다재다능하신 데다 능력도 좋으시네요.
요즘 현실에 너무 안주해서 게을러졌는데 저도 마음 다잡아봐야겠습니다.
웨인루구니
17/05/20 00:08
수정 아이콘
첨부된 그림은 본인 작품인가요? 엄청나네요.
사악군
17/05/20 00:45
수정 아이콘
추천
ThreeAndOut
17/05/20 02:20
수정 아이콘
상견례때 힘드셨을텐데 놀라운 결단력과 실행력으로 돌파하셨군요. 그뿐아니라 삶의 궤적 곳곳에서 의지와 결단력이 드러나 보이네요. 한때 상처 받으셨을 아름다운 부인께 평생 계속 잘해주세요.
다람쥐룰루
17/05/20 08:06
수정 아이콘
그림을 보니 한눈에 보기에도 내공이 느껴지네요
본인의 노력도 그렇지만 그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결과를 만들어냈다는게 더 대단하네요
카오루
17/05/20 11:10
수정 아이콘
아침이되어서 보니.....이렇게 자기자랑처럼 적어놓았을 줄이야.ㅜ 그래도 많은분들이 좋은말씀해주셔서 기분좋게 주말시작합니다. 모두 열심히 살아봅시다
17/05/20 13:27
수정 아이콘
멋진 인생이네요 결혼하실때 많이 힘드셨을텐데 남자답게 잘 돌파하신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행복하게 사세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도 챙기시구요
FlyingBird
17/05/20 15:48
수정 아이콘
저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오신 부분에 정말 박수쳐드리고 싶습니다!!
붕어가시
17/05/20 16:04
수정 아이콘
평범한 인생이 아닙니다. 먼 곳에서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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