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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9/30 09:23:29
Name 영호충
Subject [일반] 왜 이리 허망한 감정이 오랬동안 유지되는가. (수정됨)

요즘 계속되는 의욕이 사라짐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언제부터 가게를 했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잘 생각해 보자. 그래 3년하고 6개월이 지났구나. 아둥바둥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노력을 했다. 직원도 전부 자르고, 캐셔도 최소한으로 두고 원맨 마트로 유지해 왔다. 매출은 그럭저럭 유지 되지만 가파른 물가 상승을 비추어 볼때 실질 매출은 떨어진 셈이다. 그러니 삶의 수준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 같다. 돈을 거의 쓰지 않는다. 저녁을 시켜먹는 비용, 자동차 유지비 그런것들 뿐이다. 여유가 전혀없다.

출근과 퇴근의 반복. 쉬는날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걸리는 무언가를 하기는 어렵다. 누구를 만나 술을 마시지도 않는다. 모여 술먹다가 사고칠까봐.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있다. 나한테 무슨일이 생기면 망한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처음에 가게를 시작할 때 영업하던 가게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대충 둘러보면 절반정도가 사라졌고 나머지는 임대를 붙여놓고 영업을 한다. 경기가 정말 나쁘다. 점차 더 나빠진다. 점점 더 불안해진다.  

대출금도 고정이기에 그나마 유지는 가능하다. 불행중 다행이다. 앞으로 2년 반을 이렇게 달려가야 한다.

대출이 모두 끝나면 행복할까? 그것만 바라보면서 살아가는데 그때가 오면 여유가 생길까? 그때는 금전적 여유가 생기는데 사람을 쓰고 쉬는 날도 갖고, 그럴수 있을까? 그럴수 없을 것 같다.

6년이라는 인생을 투자해서 이제야 버는 돈인데 어떻게 그럴수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마트를 유지 할 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돈을 쓰나? 모으고 모아서 미래를 대비해야지. 그래서 이대로 지금처럼 살 것 같다. 그래서 계속 허망하다.

사실은 하고 싶은 것도 없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건 퇴근하고 싶다. 그것도 일을 모두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말이다. 조금 큰걸 말해볼까? 차를 바꾸고 싶다. 싸고 멋진 중고차를. 그나마 내가 작은 기분 좋음을 느끼는 순간은 출근과 퇴근이니까 그 시간을 함께하는 차를 바꾸고 싶다. 이렇게 살다보니 소박해졌다. 소박한게 아닌가? 3천만원 짜리니까.

내가 애초에 뭘 바랬을까? 처음에 마트를 시작할 때 무엇을 바라고 시작했을까? 그저 남들처럼 살고 싶었지. 이젠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그냥 관성으로 살 뿐이다. 내일에 대한 기대, 활기 이런게 뭔지도 모르겠다. 여기 이 노총각은 그냥 더 늙어간다.  

단 한가지 위안은 누구나 이렇게 살겠지 하는 생각이다. 그럴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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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여삼추
+ 25/09/30 09:26
수정 아이콘
오늘을 돌아보며 웃을 날이 있겠죠. 힘내시길 바랍니다.
+ 25/09/30 09:37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에서 이제는 자영업 하려면 뜯어 말려야 하는 지경이라고 봅니다. 대부분은 후회 합니다. 모아둔 돈 날리고, 몸 망가지고, 괜히 가족 끌어 들였다가 가족 모두 힘들어지고, 그러다가 빚더미에 오르거나 사채까지 건드리는 사람 부지기수이고...
그냥 편하게 남밑에서 일하면서 월급 받는게 오히려 편하다고 봅니다.
손님이 없는 텅빈 매장에 멍때리고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우울증 온다고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그래도 글쓴이는 나름 매출은 유지 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죠. 매출 뚝뚝 떨어지는 가게도 많답니다. 힘내시고, 소소한 행복을 찾아 나가세요. 살아 있을 때 즐겨야죠. 돈 많은 재벌도 나름의 고충과 우울감이 다 있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 25/09/30 09:43
수정 아이콘
뭐 남 밑에서 일하는게 쉬웠으면(취업이 잘되고 조기퇴직 안당하면) 자영업을 안합니다...
일각여삼추
+ 25/09/30 09:45
수정 아이콘
개인 감상글에까지 와서 이래라저래라 하실 필요 있나요...
+ 25/09/30 10:15
수정 아이콘
뭔가 마리앙투아네트의 와전된 말을 실제로 보는 느낌이긴하네요..
전기쥐
+ 25/09/30 10:17
수정 아이콘
남 밑에서 일하기 어려운 사람이 자영업이라도 하는 거지요.
+ 25/09/30 10:24
수정 아이콘
남 밑 일도 힘든거 맞는데, 자영업 하면 내 돈 써가면서 무너지니 하는 말입니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게 아니라, 저희 부모님이 실제 겪고 있는 일이라서 안타까워서 드린 말씀입니다. 퇴직금 다 날리고, 정작 권리금 때문에 탈출은 못하고...극심한 스트레스로 건강까지 나빠지셨거든요.
너무 후회하시고 계셔서 그럽니다. 글쓴이는 매출 유지되니 그래서 다행이라는 말씀도 함께 드립니다.
영호충
+ 25/09/30 10:5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위로가 되었습니다. 
모나크모나크
+ 25/09/30 09:45
수정 아이콘
가끔 술한잔이라도 하시고.. 스트레스 푸시길 바랍니다. 집으로 초대해서 마시면 크게 사고날 일도 없고 그래요. 좀 과하기 먹긴 하지만;;
모나크모나크
+ 25/09/30 10:21
수정 아이콘
아 혼술은 가급적이면 안 하시는 게.. 한 번에 많이는 안 마셔도 이게 중독되더라고요.
전기쥐
+ 25/09/30 10:20
수정 아이콘
산책을 하거나 맛있는 걸 먹거나 해서 스스로를 리프레시하시고 다시 동력을 찾으시길 바래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 25/09/30 10:26
수정 아이콘
행복은 정신에서 오는거 아닙니다. 화학에서 와요. 본인에게 맞는 영양제 챙겨드시고 몸에 좋은거 많이 먹고 차보다 좀 더 싼걸로 소소하게 본인이 좋아하는거 해 봐요. 소소한 행복을 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커피 한 잔에 기분 좋고 맛있는 식사 한 끼에 고마워 할 줄 아는 인생이 진짜 행복한 인생입니다. 차 그까이꺼 한달 안 가요.
김건희
+ 25/09/30 11:09
수정 아이콘
장항준 감독님이 힘들 때 이렇게 생각한다더군요.

'나만 X된 거 아니다. 다들 힘들다.'

잘 버티고 계십니다.

중고차 바꾼다는 꿈은 조금 멀리 있으니, 그보다 작으면서, 자주 느낄 수 있는 행복 거리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김용 소설 주인공은 '영호충'입니다.

제가 최근에 행복에 관해 생각을 바꾸게된 영상 하나 소개합니다.

행복은 과학입니다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
https://youtu.be/yR_Cds9lqhw?si=ZurmMiP3NVYPW9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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