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 <부고니아>를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또 막상 곱씹으면 이상한가 싶기도 하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 느낀 '이 영화 이상하다'와 영화를 곱씹을 때 느끼는 '이상하다'는 감정의 양이 일치하지 않는 이상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제 <지구를 지켜라>와 <부고니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일단, 저는 <지구를 지켜라>를 보진 않았고, 대신 스토리는 알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큰 얼개에서 <부고니아>는 원작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흐름과 전반적인 얼개에서, 그리고 대체적인 관계에서는 원작의 이야기와 많이 닮아있어요.
다만, 몇 가지 차이점은 분명 존재합니다. 일단, 영화가 미셸 풀러 (엠마 스톤), 그러니까, 원작의 강사장(백윤식)이 외계인이냐 아니냐에 크게 관심이 없어보여요. 그러니까, 긴장감이나, 사실일까 가짜일까 하는 그런 지점이 그냥 없습니다. 이건 아마도, 제가 원작의 이야기를 알기 때문인 이유도 있겠지만, 저는 감독의 스타일도 말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는 극단적이고 이상하긴 하지만, 인물에 밀착해서 감정을 공유하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스타일의 차이가 어찌보면 그 사실과 거짓의 이야기를 무뎌지게 만드는 지점이 아닐까 싶어요.
또 다른 차이점은, 왜 그들을 골랐나에 대한 부분이 약간 달라진 걸로 이해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이해하기 쉬운 선택'인 동시에 아쉬운 선택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불행한 사람들'에 대한 시점에서 '약한 사람들'로 바뀐 건데, 이게 한편으로 이해하기 쉬운 선택이면서, 지나치게 단순화한 각색은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어찌보면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향이 짙게 배어있는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말부를 보여주는 방식도 어찌보면 되게 기괴하면서도 절제된 방식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거든요. 어찌보면 '폭력성'이라는 점에서 훨씬 과격한 장면이나 그런걸 제가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영화의 완성도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영화 자체가 이상하고 기괴하지 않다라고 말하실 분은 많지 않을것 같고, 저도 영화를 보고 나서는 '정말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다만, 영화를 곰곰히 곱씹어보면, '생각보다 그렇게 이상한 영화는 아닌 거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진짜, 이상한 지점은 어찌보면 그런 지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