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s://www.baseballprospectus.com/news/article/41203/prospectus-feature-ops-and-woba-briefly-revisited/
저희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는 야구 통계의 본질을 파고들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그 과정의 일환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공격 지표들을 다시 한번 현미경 위에 올려놓고 비교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첫 번째 주제는 바로 가중 출루율(wOBA)과 OPS입니다. wOBA는 2007년 세이버메트릭스 필독서 The Book을 통해 정교한 공격 지표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고, OPS는 그보다 앞선 1984년 The Hidden Game of Baseball을 통해 대중화된, 직관성의 상징과도 같은 지표입니다. 두 지표의 우열 논쟁은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최신 데이터를 통해 이 논쟁을 다시 한번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기본 개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OPS (On-Base-Plus-Slugging) 는 이름 그대로 타자의 출루율(OBP)과 장타율(SLG)을 더한 값입니다. 계산이 간편하고 이해하기 쉬워 가장 대중적인 공격 지표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wOBA (weighted On-Base Average) 는 훨씬 정교한 접근법을 사용합니다. 단타, 2루타, 홈런, 볼넷 등 각 타격 결과가 실제 득점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득점 가치)를 계산해 가중치를 부여합니다. 이후 모든 '아웃'의 가치를 0으로 만들고, 전체적인 스케일을 OBP와 유사하게 보정하여 완성됩니다.
The Book의 저자들은 OPS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출루율과 장타율이라는, 서로 다른 분모를 가진 두 지표를 단순히 더하는 방식이 수학적으로 조잡하며, 특히 출루율의 가치를 심각하게 과소평가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들의 관점에서 OPS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대용품일 뿐, 정밀한 분석을 추구한다면 마땅히 wOBA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어느 지표가 더 우월할까?
이 논쟁의 발단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3년, 경제학자 시릴 모롱(Cyril Morong)은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팀의 평균 OPS와 평균 wOBA 중 어느 것이 실제 팀 득점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를 비교한 것입니다.
분석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2010-2012 시즌 동안, 팀 OPS가 팀 wOBA보다 실제 득점 생산력을 더 잘 설명했습니다. 이 발견에 반론이 제기되자 그는 분석 기간을 2003-2012년으로 확장했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OPS의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이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명확한 결론 없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저희가 이 오랜 질문에 답을 제시합니다. 1980년부터 2016년까지, 1,000개가 넘는 메이저리그 팀 시즌 데이터를 바탕으로 베이즈 통계 기법을 활용해 두 지표의 성능을 정밀하게 비교했습니다.
분석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설명력 (Descriptive): 해당 시즌의 실제 팀 득점과의 상관관계
신뢰도 (Reliability): 지표의 연도별 일관성
예측력 (Predictive): 다음 시즌의 팀 득점 예측 능력
결과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지표 설명력 설명력 오차 신뢰도 신뢰도 오차 예측력 예측력 오차
OPS 0.944 0.003 0.63 0.020 0.59 0.021
wOBA 0.933 0.004 0.62 0.019 0.58 0.021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모롱 교수의 발견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팀의 실제 득점력을 설명하는 데 있어 OPS가 wOBA보다 더 뛰어난 지표임이 증명된 것입니다. 특히 설명력 부문에서는 통계적 오차 범위를 넘어 명백한 우위를 점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팀 단위 분석에서는 OPS가 더 낫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개인 선수 평가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해집니다. The Book의 저자 톰 탱고는 OPS가 희생플라이를 타석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동료들이 출루를 잘하는 강팀 선수에게 부당한 이득을 준다고 비판합니다.
물론 합리적인 지적이지만, 이것만으로 수십 년간 일관되게 나타난 차이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해답의 실마리는 **'아웃의 질(Quality of Outs)'**에 있을지 모릅니다.
예를 들어, 주자 없는 상황의 땅볼 아웃과 주자를 3루로 보내는 우익수 뜬공 아웃은 팀에 미치는 영향이 다릅니다.
wOBA는 설계상 모든 종류의 아웃을 '0'이라는 동일한 가치로 취급하며 이 차이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OPS는, 다소 투박한 방식이긴 하나, 장타율(SLG) 계산 방식을 통해 이러한 아웃의 미세한 가치 차이를 결과적으로 담아내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wOBA가 놓치고 있는 이 작은 현실을, 역설적으로 더 단순한 구조의 OPS가 포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맺음말: 완벽한 지표는 없다
이 글의 목적은 '이제부터 OPS만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wOBA, OPS, 그리고 다른 여러 지표들 모두 타자의 능력을 이해하는 데 훌륭한 도구입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통계 지표에는 제작자의 **'설계상 선택'**과 그에 따른 **'숨겨진 장단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번 분석은 우리에게 익숙한 지표들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고, 더 나은 평가 방식을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선택'이 야구 분석에 어떤 놀라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계속해서 탐구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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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핵심 요약
통념을 뒤집는 발견
정교함의 대명사인 wOBA가 직관적인 OPS보다 타격 생산성을 더 잘 설명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실제 데이터는 그 반대를 가리켰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진실
1980년부터 2016년까지의 방대한 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팀의 실제 득점력과의 상관관계에서 팀 OPS(0.944)가 팀 wOBA(0.933)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앞섰다.
숨겨진 변수, '아웃의 질'
이러한 차이는 wOBA가 모든 아웃의 가치를 동일하게(0) 처리하는 반면, OPS는 의도치 않게 땅볼 아웃과 뜬공 아웃처럼 결과가 다른 아웃의 미세한 가치 차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핵심 메시지
어떤 지표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기보다, 각 지표의 구조와 설계 철학을 이해하고 그 한계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구 통계는 완성이 아닌, 끊임없이 진화하는 과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