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대포는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이 개발해 실전에 투입한 구경 80cm의 " Schwerer Gustav " 입니다. 대포의 명가 독일의 Krupp사 제품으로 포탄의 지름과 포신의 구경이 80cm 즉 800mm 입니다. 물론 구경만 따진다면 더 큰 대형박격포도 존재했지만 구스타프포는 구경 800mm 에 무려 7톤 짜리 포탄을 사용합니다. 또 대포 길이나 크기로만 따지면 고정식인 독일의 보복병기 (Vergeltungswaffe) 시리즈 중 3번째인 V3 장거리포 (Hochdruckpumpe) 가 있으나 이는 실전에 배치되기 전 파괴됩니다.
아무튼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대포로 보통 구스타프 열차포라 불리우는데 열차포이긴 하지만 너무 거대해서 그 자체로는 일반 철도로 이동할 수 없고 분해해서 25개의 열차로 나누어 작전 지역으로 이동한 후 레일을 새로 깔고 포를 조립하여 사용하였습니다. 대포의 중량이 1350톤이고 앞서 말한 것처럼 7톤짜리 포탄을 발사하고 37~50 km 의 사정거리를 가진 포입니다.
총 2기가 제작완료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계획 중이거나 제작 중인 것은 더 있었습니다. )
1호기가 그 유명한 "Dora" 입니다. 1942년 6월 만슈타인이 지휘한 세바스토폴 포위작전에 투입되어 48발을 발사하고 포신의 내구도가 다하였습니다. 이후 여기저기 이동하다가 실전에 다시 사용되지 못하고 독일 본토에서 패전을 맞이합니다.
2호기는 7회의 시험사격만 한 후 스탈린그라드에 배치되었다가 정작 실전에서는 한번 사용되지 못하고 방치되어 파괴당합니다. 2호기가 "Dora"라는 설도 있습니다.
아담해서 (?) 자주 쓰인 열차포도 있습니다. 무려 25대나 생산된 K5, 역시 Krupp사 제품입니다. 283mm 열차포로 동부, 서부 전선 할 것 없이 사용되었고 특히 이탈리아 전선에서까지 맹활약했습니다. 아담해서 구스타프와 달리 분해조립할 필요없이 선로를 따라 작전을 펼쳤습니다. 연합군 공군이 공격해오면 터널 속으로 숨어버리는 귀여운 짓까지 했습니다.
종류 : 열차포(Railway cannon)
제작사 : Krupp
구경 : 283mm
전체중량 : 218 t
포신길이 : 21.54m
사정거리 : 64 km
또 아담한 사이즈로 위의 Dora 와 함께 세바스토폴 포위작전에 참가한 600mm 자주포 "Karl" 입니다. Krupp의 라이벌회사 Rheinmetall사 제품입니다. 2톤짜리 포탄을 쏘는 놈으로 괴물 자주박격포쯤 되죠. 일본 애니에도 나오더군요. 소녀들과 전차들이 나오는....
종류 : 자주포
제작사 : 라인메탈
구경 : 600mm
전체중량 : 124 t
포신길이 : 4.2m
사정거리 : 6.4 km
아래는 540mm로 개장한 놈입니다.
종류 : 자주포
제작사 : 라인메탈
구경 : 540mm
전체중량 : 126 t
포신길이 : 6.24m
사정거리 : 10 km
초기 목적은 마지노 선을 박살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근데 지헬슈니트가 크리티컬로 들어가면서 쓸 일이 없나 싶었는데, 구릉지가 잔뜩 끼어 있는 크림 반도의 세바스토폴 요새가 문제가 되자 여기에 실전투입을 한 거죠. 세바스토폴 자체도 흑해를 장악하는 함대 기지라서 반드시 잡고 가야 할 곳이었거니와, 그 요새가 보통의 항공지원 가지고는 공략이 안 되는 곳이라서(실제로 바르바로사 작전 당시 남부 집단군을 상대로 유이하게 버텨낸 도시였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로스토프, 그나마도 이쪽은 잠깐 점령당했다가 되찾은 것)... 괜히 폰 만슈타인이 여기로 발령난 게 아니고, 본인이 회고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전공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괜히 히틀러가 이 전공으로 폰 만슈타인을 원수로 진급시킨 게 아니죠.
"큰"까지는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크다고 봅니다. 애초에 세바스토폴을 최대한 빨리 박살내려고 투입한 거고 최대한 빨리 박살내는 데 성공했기는 했으니까요. 이미 이 세바스토폴 때문에 바르바로사고 청색 작전이고 후방에 적을 두고 진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질질질질 늘어지고 있었다는 게 문제였기 때문에...
아, 첨언하면, 저는 열차포류 전체, 그러니까 구스타프를 포함한 여러 열차포들의 전과를 기준으로 잡은 겁니다. 구스타프 단일만 놓고 전과가 크다고 하기는 좀 그렇죠. 애초에 포 하나가 그렇게까지 큰 전과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보통 많은 사람들이 '구스타프 만들 시간에 88mm나 더 만들지' '마우스 만들 시간에 판터나 한대 더 찍지' 라고 하는데, 요즘 생각에는 어차피 판터 몇대 더 찍어봐야 망하는건 똑같고, 차라리 저렇게라도 역사에 남은게 더 나은거 아닌가 싶더라구요. 어차피 국가 입장에서는 알엔디에 투자 좀 더 하는건데. (전쟁을 이길 수 있을 정도의) 그렇게 큰 돈도 아닐거고...
크루프 사에서 첫 번째 물건은 가격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영문 위키발이긴 하나 출처가 없어서 신빙성은 적습니다), 어쨌든 두 번째 물건인 '도라'에 청구된 게 700만 제국마르크였다고 하니 얼추 구스타프 열차포도 그 정도였을 겁니다. 문제는 1941년 당시 주력 전차였던 4호 전차의 가격이 10만 제국마르크 정도였고, 1943년에 개발된 판터의 경우는 11만 제국마르크였으니 얼추 잡아도 70대, 여단이 하나네요. 당시 구스타프 열차포에 동원된 정비 인원이 약 3천 명 정도니까 여단 하나에 연대 하나, 이쯤되면 사단이 절반...인데,
문제는 독소전은 일단 사단이 부대 단위로 갈려나가는 전쟁이기도 했고, "이게 실제로 동원될 만한 곳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죠. 결과적으로 이게 없었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 세바스토폴에서 독일군이 흘려야 했을 피와 그로 인한 작전 지연으로 인한 전략적 손실은 700만 제국마르크를 가볍게 상회한다고 평가하고 싶네요(어쩌면 이게 R&D의 효과죠). 물론 애당초 독소전쟁을 일으킨 것 자체로 독일군은 패할 운명이었지만.
효율은 극악이었지만, 쓸 데가 있었다는 게 차라리 다행이었을 겁니다. 이거 만들 시간에 다른 거나 만들지 하는 건 철저하게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뭣보다 세바스토폴을 공략하지 못해서 피해도 컸고 청색 작전도 질질 늘어지던 판에 이거(구스타프를 포함한 각종 열차포들)라도 없었으면 가뜩이나 더 큰 피해와 더 장기화된 전투는 기본이고 청색 작전 자체가 돈좌될 판이었죠. 삽질은 삽질이긴 한데, 그 삽질이 아주 의미없는 삽질은 아니었던 셈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