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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2/12 01:43:06
Name matthew
Subject [일반] 사회에서 만난 친구에게
친구이자 직장 동료에게, 하고 싶지만 아마도 하지 않을 말



결국 그렇게 처리되었단 소리를 들었다.
나는 우리가 같이 맞대고 일할 날이 앞으로도 많을 줄 알았다.
안타깝다. 진심이다.

가장 쓴 실패는 보통 가장 큰 성공 바로 다음에 뒤따른다는 사실을 별로 상기하고 싶진 않다.
커리어적으로 타살선고가 내려진 마당에 이제 와서 설교해봤자 늦었다.
어떤 심정일지 짐작이 간다.
어떻게? 나도 예전에 겪어봤기 때문에
너랑 이 얘기를 한 적은 없지만.

인간이 가장 취약할 때 중 하나는 바로 직전에 이룬 성과에 취해 교만할 때라는 것
나도 과거 잘못을 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또 그 과정에서 잃은 인간 관계, 신뢰는 못 돌린다는 것
아마 지금까지 낸 수업료 중에 가장 값비싼 경험이었던 거 같다.
굳이 해야만 하는 경험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결정론자라고 했으니 나보다는 잘 다스릴 수 있길 바란다.


당시에는 힘들고 번민할 수 있지만 아무튼 다 지나간다.
지금은 세상 대부분이 적대적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사람들은 의외로 쉽게 잊는다.
이건 내 말을 믿어도 좋다. 길어야 몇 년이다.
우선은 뭐든 하고, 몸을 바쁘게 하고, 시간을 보내고, 기회를 노리면 된다.
아무튼 나도 그런 시기가 분명 있었고, 어쩌면 우리 모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 누군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나 역시 귓등으로도 안 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 너에게도 이 말은 생략하겠다.

우리는 돈이 최고의 가치인척 굴고 먹고사니즘에 울고 웃다가도
정작 중요할때는 자존심 체면 포부 위신 이런 것들에
직장을 걸고 인간 관계를 걸고 십수년을 거는 족속들이란거 다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들이 많다.

나름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관계였기 때문에
모든 순간마다 너가 잘 되기를 바랬다고는 솔직하게 말 못하겠다.
사실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혹은,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만나서 이야기하고 술을 마실까?


적지 않은 시간을 같인 보낸 친구이자 동료로서
진심으로 너가 이번 일을 이겨내고 나중에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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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군-
23/02/12 13:30
수정 아이콘
옛날에, 맨날 자기를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면서, 뒤로는 내가 해놓은 일들을 다 자기몫으로 빼돌렸던 직장선배가 떠오르네요.
김대리님 잘 지내고 있지?? 아 그때 레퍼런스콜 받고 안좋게 애기했던건 좀 미안해. 내가 심했지.
23/02/12 18:45
수정 아이콘
저에게 레퍼런스콜이 왔다면 알빠노? 하면서 야부리를 털었을텐데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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