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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8/07 01: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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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너 행복한 합스부르크여, 결혼하라!

《합스부르크 가문 연대기》 (2) 결혼하라! 



 합스부르크는 군트람의 손자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역사의 격랑 속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당대 여타의 위대한 귀족 가문들과 달리, 그들이 위용을 과시한 수단은 칼이 아니었으며, 그 배경도 전장이 아니었다. 그 수단은 십자가였으며, 그 배경은 결혼식장이었다. 


Ottmarsheim_-_Eglise-3.JPG 너 행복한 합스부르크여, 결혼하라!
오토마르스하임 수도원


 11세기 전반에 걸쳐, 합스부르크 가문은 계속해서 수도원을 세우고, 가문의 구성원을 그 수도원의 수도원장으로 꽂아 넣었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클뤼니 개혁의 선두에 서서 종교적 열망을 불태웠다. 라트보트는 무리 수도원을 세웠고, 그의 동생, 루돌프는 오토마르스하임에 웅장한 수도원을 축조했는데, 의미심장하게도 이 건물은 아헨에 위치한 카롤루스 대제의 왕실 예배당을 모델로 했다. 어쩌면 이 때부터, 합스부르크 가문은 카롤링거를 향한 길을 걷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후 이백년의 세월 동안, 합스부르크 가문은 꾸준히 알자스, 브라이스가우 등지에서 가문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힘썼다. 수도원과 수녀원을 계속해서 설립했으며, 일가의 구성원들을 이웃한 유력 가문들의 자녀들과 계속해서 짝지었다. 


Otto,_count_of_Habsburg.jpg 너 행복한 합스부르크여, 결혼하라!

 1090년, 라트보트의 손자인 오토가 '합스부르크 백작'을 자칭했다. 그는 하인리히 5세의 충직한 봉신으로서 여러 군사 원정에 종군했으며, 마침내 제국 황실 문서에 '하비히스부르크의 오토 백작'으로 기입되기에 이르렀다. 귀국 직후, 영주가 고향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던 세력에 의해서인지, 오토 백작은 암살당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지만(브라이스가우에 웅거하던 라이벌, 위젠베르크 가문에 의해 살해되었다고도 함), 합스부르크 가문은 이렇게 역사의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다.

 초창기 합스부르크 가문의 영광은 신성로마제국의 황가였던 호엔슈타우펜 가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제국 궁정에 합스부르크 출신의 시골뜨기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더 많은 군사 원정에 참여할수록, 혼맥이 더욱 복잡해지고, 가문의 명성 또한 드높아졌던 것이다. 

 13세기에 이르면, 합스부르크 가문은 더이상 무시할만한 시골 촌뜨기들의 가문이 아니었다. 이 가문은 광대한 토지를 다스리는 대주교나 공작들보다도 더 많은 기부금을 황제에게 바치는, 막강한 재력을 과시하게 되었던 것이다. 



Frederick_II_and_eagle.jpg 너 행복한 합스부르크여, 결혼하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2세



Rudolf_the_Kind,_Count_of_Habsburg.jpg 너 행복한 합스부르크여, 결혼하라!
친절공 루돌프 2세


 친절공 루돌프(Rudolph the Kind) 또한 호엔슈타우펜 황가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유지한 전형적인 합스부르크 백작이었다. 그 충심을 알아주었던건지, 아니면 루돌프의 인간적인 매력에 끌렸던 것인지, 1218년, 프리드리히 2세 황제는 영광스럽게도, 몸소 그 해에 태어난 봉신의 손자, 루돌프(아버지 및 할아버지와 같은 이름)의 대부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친절공 루돌프의 사망으로 가문의 영광은 다소 주춤하게 되었다. 가문이 두 아들에게 분할 상속되고, 그렇게 나뉜 본가와 분가가 서로 다른 정치적 결단을 내림으로 인해 사이가 서먹해졌던 것이다. 찢어진 가문들이 다시 화해하고 재결합하는 것은 친절공과 같은 이름을 가진 손자 대(代), 그러니까 황제의 대자였던 루돌프 4세의 치세에서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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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메론
25/08/0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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