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0/01/23 22:40:04
Name 저글링
Subject 최악의 무대 최고의 선수
최악의 사고가 있었습니다.

준결승이 끝나기도 전에 오버랩된 이영호 선수의 얼굴과 울려퍼지는 리쌍의 '우리 지금 만나'

결승 경기 중에 쏟아지는 끊임없는 광고와

3경기의 어이없는 정전으로 인한 우세승

보면서 처음에는 엠겜에 짜증이 나다가 나중에는 웃음이 나오더군요.

뭔가 의욕은 앞서는데 실력이나 수준이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고 할까...

아니면 태어나서 고기 한점 못 먹어본 아이가 처음으로 꽃등심을 먹다가 탈이나 설사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설프고 허둥지둥하는 모습에서

웬지 코메디같다는 느낌마져 들더군요.

딱하다...MSL

너희 짱 먹어라 Kespa



딱히 두 선수의 팬은 아니지만

이왕 온게임넷 먹은거 엠겜도 이영호 선수가 먹길 바랬습니다.

선수들과 전문가들 예상도 이영호 선수의 우세가 점쳐지기도 해서

편한 마음으로 3:1 아니면 3:0으로 이영호 선수가 이기겠구나 내심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

이제동선수는 괜히 랭킹 1위가 아니더군요.

역시 대단했고

경기는 점점 흥미진진해졌습니다.

그래서 엠겜이

그래서 케스파가 (우세승이라는 결과를 떠나 매끄럽지 못한 대처가)

더 아쉽고  원망스러웠습니다.



이번 결승은 굳이 포장할 필요가 없는 무대였습니다.

그냥 그대로

있는 그대로

원래 했던 대로

선수들의 경기를 보여주기만 했어도

충분히 인구에 회자되는

명경기가

명승부가

나올 수 있었는데 말이죠.


물론 이번 결승은

충분히

아니 그 어떤 경기보다 인구에 회자 되긴 하겠네요.

그리고 마르고 닳도록 까일겁니다.


여튼 지금 까지 위의 내용은 잡설이었습니다.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제 부텁니다.


우왕좌왕하며 자칫 그대로 망가져 버릴 수도 있는 무대를

결코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영호 선수였다면 억울했을겁니다.

'3경기 내가 잡을 수 있었어...정전만 아니었다면...'

제가 이제동 선수였다면 억울했을겁니다.

'3경기 내가 잡은 경기야...정전이 아니었어도...'


그러나 분노한 팬들보다

최악의 상황을 연출한 엠겜이나 케스파보다

선수들은 훨씬 멋졌습니다.


다시 4경기는 진행이 되었고

생각보다 쉽게

어쩌면 생각처럼 쉽게

이영호 선수는 초반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승부를 내주고 맙니다.


그리고 시상식 자리

우승한 이제동 선수의 표정은 밝지 못했고

준우승한 이영호 선수는 오히려 한번 씩 웃으면서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제 실력이 부족했습니다.'


전 이영호 선수의 그 말에 이때껏 화내던 제가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이영호 선수가 분한 표정으로 눈물을 지으며 푸념을 늘어 놓을거라고

생각했던 것 역시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나이 서른이 넘어도 전 아직도 철들려면 먼 것 같은데

무대 위의 그들은 이제 갓 20대의 선수임에도

무대를 망친 어른들보다

분노한 30대의 팬보다

훨씬 의젓하고 프로다웠습니다.


그들이 저보다 낫더군요.


그저 게임을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아이'들로 알았는데

그들은 진정한 프로게이머였습니다.

아마도 최악의 무대였기에

최고의 선수들이 더 빛난건 아닐까 하는


그들의 명승부를 보진 못했지만

그들의 '그릇'을 볼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불량감자
10/01/23 22:46
수정 아이콘
왜 이런 대박 경기가 저런데서 열렸는지 아쉬울 따름,
1경기 6분 볼려고 1시간동안 잡설과 광고를 들은것만 생각하면,,,후,,,
10/01/23 22:46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이영호선수는 정말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그릇을 보여줬어요.
이제동선수도 불리한 맵을 껴안고
많은 준비를 해왔던것 같아요.
Winter_Spring
10/01/24 00:28
수정 아이콘
저도 동감합니다.
오늘의 어두운 사태와, 빛나는 두 선수가 확연하게 대비되는 결승전이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게임 내적으로 외적으로 정말 멋있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1818 블리자드 스타2 베타 커뮤니티 토너먼트 - 결승전 : 와이고수 vs PgR21 [116] kimbilly6804 10/05/28 6804 0
41817 현재 국내 e스포츠 상황을 보면서 느끼는 점입니다... [5] 프리크라4904 10/05/28 4904 0
41816 e스포츠협회 "블리자드 과거 모두 밝히겠다"…긴급 회견 요청 [64] 게임균형발전9147 10/05/28 9147 0
41815 리쌍록이 하루앞으로 다가왔는데 왠지.. [10] 시케이4778 10/05/28 4778 0
41814 5월 29일에 열리는 MSL 우승자 예측해봅시다. [92] 파르티아5632 10/05/28 5632 1
41813 협회와 블리자드사의 '협상'을 보면서 느낀 것들 [7] 梨軒8504 10/05/28 8504 0
41812 모레 스타판이 멸망해도 난 내일 최후의 리쌍록을 보겠다: [이번 결승에 걸린 기록들] [62] 좋은풍경6451 10/05/28 6451 0
41811 내일 MSL 결승전.. 리쌍록이 펼쳐집니다! [39] 민죽이5270 10/05/28 5270 1
41810 이번 일에 대한 개인적인 정리글입니다. [16] EnergyDrink4949 10/05/28 4949 0
41809 리그 개최 관련 배틀넷 이용 약관이 변경됩니다. [4] 루루4912 10/05/28 4912 0
41808 멍청하고 미워도....그래도 협회를 안고 가야합니다. [28] likeade5621 10/05/28 5621 2
41807 허씨와 배씨의 싸움.. 그리고 구경꾼들 [94] 제발좀요6520 10/05/28 6520 0
41806 블리자드와 그레텍에 대한 오해 [9] 彌親男5405 10/05/28 5405 0
41804 오랜만이군요... [3] TomatoNYou5582 10/05/28 5582 0
41803 여기 몇몇 분들 반응을 보면 사실 좀 많이 깝깝합니다. [38] WarLorD9762 10/05/28 9762 5
41802 이번 온겜넷 예선을 끝으로 연습생들의 대거 이탈이 있지 않을까요.. [9] 마르키아르8331 10/05/28 8331 0
41801 E-sports의 발전방향 [21] 5201 10/05/28 5201 0
41800 이번 사태에 대한 정리 랄까요? -수정본 + 주의 : 다소 과격합니다.- [25] Yukira6848 10/05/27 6848 0
41799 어차피 비즈니스다 [2] 4377 10/05/27 4377 0
41798 우려... [13] 케이윌5307 10/05/27 5307 4
41796 블리자드의 계산 [139] 총알이모자라7883 10/05/27 7883 0
41795 -케스파여, 그만 굽혀라. 너희는 원 페어 이상의 패 조차도 없다.- [54] Yukira7714 10/05/27 7714 0
41794 블리자드 스타2 베타 커뮤니티 토너먼트 - PgR21 vs 스타2디스 [79] kimbilly5648 10/05/27 564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