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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5/08 16:57:47
Name legend
Subject 평온한 마음,맑은 정신,그리고...play.
몇일 전이었습니다.그 날도 어김없이 밤늦게까지 컴퓨터를 하다가 새벽 늦게 잠들어서 일

어나보니 오후1시즈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당연히 머리는 멍하고 잠은 오고 몸은 겨우 일어나긴 했지만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

리며 무의식적으로 컴퓨터의 부팅버튼을 눌렀습니다.그리고 졸린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

보며 마우스버튼을 딸깍 눌러서 스타크래프트를 실행시켰습니다.물론 여전히 잠이 덜 깨

서 지금 내가 뭘하는건지 알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남들이 본다면 왠 덜 떨어져 보이는 어떤 애가 꾸벅꾸벅 졸면서 마우스와 키보드를 타다닥

누르는 모습을 본다면 웃길 수도 있을만한 상황에서,저는 그런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전장으로 들어왔습니다.수많은 고수들이 치열하게 서로 실력을 겨루고,모니터 위의 화면

은 1초에 몇번씩 장면이 휙휙 지나가고,마우스가 패드 위를 종단하는,그리고 키보드 위를

다섯손가락이 화려한 댄스를 춰대는 자들의 대전장,PGT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두렵지 않았습니다.실력이 되기에 얻어지는 용기가 아니라 단지 잠이 덜 깨서

주어진 상황이해력의 부족이었지만요.

상대가 들어왔습니다.오우!전적이 꽤 좋군요?패보다 승이 몇배나 많은 상대 앞에 저는

당당히 시작버튼을 눌렀습니다.5,4,3,2,1.....쉬이잉~!

그리고 울려퍼지는 배경음악과 푸른빛의 아름다운 전장,루나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평소같았으면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면서 '이번엔 파일런을!그래!그다음에....프로브!'이런

형식으로 집중하려 노력하면서 미리 계획된 빌드에 맞춰 플레이하려 노력했을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게임은 흐리멍텅한 상태에서 그냥 되는대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그것 참 놀랍군요.그동안 실수하지 않으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집중했을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물흐르듯 내가 생각했던대로 잘 되더군요.

잔잔한 호숫가에 앉아 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을때와 같은 평온한 마음.

어느 산 속의 절에서 차 한잔을 들이킨 후 녹색으로 물들어진 자연을 볼때와 같은 맑은 정신.

그럼으로써 얻은, 승리에 집착하는 걸 버렸을때의 게임.



저는 산만한 성격입니다.산만한 집중력 덕분에 게임할때도 갑자기 딴생각에 빠져들었다

가 부대가 전멸하거나 테크를 못 올려서 질때가 상당히 많습니다.오죽하면 프테전인데

게임시작하고나서 무슨 종족인지 까먹어 버려서 투겟 했다가 진 적도 꽤 있습니다;;;

그래서 집중하려 노력했고 꽤 성과를 얻었습니다.하지만 순간 흐트러지는 집중력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몇일전에 겪은 저 게임을 통해서 뭔가 해답이 보이는거 같습니다.

프로게이머들처럼 엄청난 집중력이 없더라도 정신과 마음에서부터 자신을 마인드컨트롤

할 수 있다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ps.그래서 요즘은 자다가 게임하고,다시 잠자고 또 일어나서 게임하고 이러면 어떨까싶은

생각이 듭니...;;;;;새로운 전략!수면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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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08 17:07
수정 아이콘
그것이 명경지수입니다.
이쥴레이
06/05/08 17:11
수정 아이콘
asura79님 댓글에서 쓰러졌습니다.
^^;
06/05/08 17:23
수정 아이콘
음.. 저는 멍한 가운데 게임을 하면 언제나 이상한 전략(?)을 쓰게되던데... 7드론이라던지, 6포톤 게이트 질럿러쉬라던지.. 뭐, 빌드를 까먹어서 그런거죠. 근데, 의외로 승리할때도 많습니다. 상대가 무척 당황하더군요 -_-;;
06/05/08 17:27
수정 아이콘
저는 8배럭 테란한테 노스포닝 3해처리 간적도 있습니다.
스포닝을 짓기위해 190쯤 미네랄 모았을때 마린 3기랑 scv한부대가 오더군요..
06/05/08 18:26
수정 아이콘
무협지에서도 종종 나오는 이른바 '무심의 경지'가 그런 게 아닐까요.. ^^* 그리고보니.. 베지밀 토스 이후.. 가장 충격적(?)인 전략이 아닐까 싶군요..
06/05/08 18:33
수정 아이콘
몽유병이 아니신지...
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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