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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6/04 18:01:43
Name 시퐁
Subject 이제는 뒤돌아봐야 할 때(약간의 스포일러)
핵이 떨어졌습니다. 이윤열 선수의 양대 하부리그로의 강등, 하나의 '사태'라고까지 표현될만한 이 결과를 놓고 굉장한 논란이 오갈듯 합니다. 상대편 선수에게는 상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압박을 받는다는 이윤열 선수, 그의 추락으로 인한 여운이 경기 이후에도 오랫동안 머물러 있네요. 좋아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만은 떨어지지 않으리라 믿었습니다.

차기의 메이저 대회에서 이 선수를 볼 수 없다는 것, 물론 방송 경기에서는 볼 수 있겠습니다만 한 때는 '그랜드 슬램'을 이루어내며 랭킹 1위 자리를 가장 오래 고수해왔던 선수중의 하나였던 이윤열 선수를 하부 리그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져오는 의미는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는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양대 리그 결승에 진출했던 선수였습니다.

저는 그의 슬럼프의 이유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큐리어스 팀에서 '이윤열 원맨팀'이라고 불렸던 적이 있을 정도로 스스로 가져왔던 부담감, 책임감, 팬들의 기대, 언제나 우승을 목표로 가지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을 정도의 프로게이머 사이에서의 위치, 끝도 없는 열망..이러한 것들로 인해 한 순간도 뒤를 돌아볼 틈 없이 스스로를 몰아붙였고 채찍질해왔습니다. 마치 그에겐 '나는 뒤를 돌아보아선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듯 했습니다.

그는 가장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게이머입니다. 수많은 우승을 이루어냈고, 동료 게이머들 사이에서 '최강' 소리만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주는 부담감은 알게 모르게 상당하였을 것입니다. 팀에서는 부동의 에이스였지만 그 자리를 감당해내기 위해 뒤를 돌아보아는 안되었습니다. 힘들어도 웃어야 했고, 언제나 '최고의 플레이'만을 요구받았습니다. 팬들은 항상 그가 최고의 자리에 있기만을 바랬고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양대 리그에서 처참한 결과를 맞이하였습니다. 저는 차라리 이것이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한 번쯤 뒤를 돌아보았어야 했습니다. 여유가 없는 사람은 무엇을 하든 쫓기며 살게 됩니다. 이윤열 선수 또한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자신의 플레이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새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땅을 두번 차면 더욱 높이 솟아 오를 수 있습니다. 그는 이미 한번 높은곳까지 도약하였고 이제 하강해서 새로이 땅을 박찰 때입니다. 더 높은 곳으로 솟아오르기 위해(전 그것이 우승이라는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길 바랍니다. 또한 믿습니다. 그는 반드시 누구보다도 더 높이 솟아오를 것입니다. 저는 반드시 그러할 것을 확신합니다.


p.s 01 8월엔 람슈타인이 옵니다. 너무 기뻐서 방을 굴러다녔습니다. 작년 오프스프링에 이어 올해도 대박밴드를 볼 수 있겠군요. 땅굴을 파서라도 보러 갈 예정입니다.

p.s 02 비판을 하시는 분들은 희망을 반드시 글에 넣어두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이 비판 일색이라면 그건 앞으로의 발전에 가능성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비난'에 불과합니다. 해설자를 비판하건 선수를 비판하건 희망과 기대를 섞어서 글을 써 주시길 바랍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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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04 18:05
수정 아이콘
글을 등록하고 나니 아래에 비슷한 글들이 많네요. 무섭습니다 -_- 모두의 관심이 열렬하군요. 보신 분이 있으니 글을 지우지 않겠습니다. 저는 한 분이라도 글을 보신 분이 있으면 지우거나 수정을 주지 않습니다. 제 글을 보고 가지신 '공감대'를 지운다는 것이 너무나도 죄송스럽고 무섭기 때문입니다.
ForeverFree
05/06/04 18:06
수정 아이콘
진정한 춘추 전국의 시대~~!!
05/06/04 18:09
수정 아이콘
이윤열선수의 팬의 입장에서 조금은 슬픈 글이네요 22살의 어린 나이에 짊어진 그 무수한 짐들...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힘내세요
나르크
05/06/04 18:11
수정 아이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으나 지금 이병민선수가 개인전에서 엄청난 선전을 펼치기에 아마도 프로리그에(월,화,수)자주 기용되지 않을까 합니다.
안티테란
05/06/04 18:17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의 스타일도 요새는 많이 정형화 되어 가는 듯 합니다. 플토전에서는 탱크만 다수 모아서 앞마당... 저그전에서는 베슬 뽑을때까지 탱크 4기 모아서 진출... 예전과 같은 자유분방한 플레이를 할 자신감을 잃어서일까요...
05/06/04 18:44
수정 아이콘
뭐, 글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충격이 컸다는 이야기도 되겠지요.(그 충격이 박지호 선수의 진출이건, 이윤열 선수의 탈락이건 간에 말이죠. 저도 방금 글 하나 올렸다는ㅡㅡ;) 어쨌든 이런 좋은 글들이 계속 나오는 것은 환영할 만한 것 같습니다.
발바리 저글링
05/06/04 19:26
수정 아이콘
그동안 힘들게 최고의 자리를 지켜나간다고 고생한 이윤열선수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잠시 도전자의 자리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금 최고의 위치로 올라서길 바랍니다(아직 최고란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선수이지만요...)
파크파크
05/06/04 19:30
수정 아이콘
글쓴이분과 콩콩님 말씀에 공감..
파크파크
05/06/04 19:32
수정 아이콘
물론 절대로 박지호선수가 이윤열 선수가 쉴 때이고 실력이 떨어져서 졌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박지호선수도 축하합니다..(근데 정작 경기내용은 하나도 못 봄)
발업까먹은질
05/06/04 19:39
수정 아이콘
이제 이윤열 선수도 좀 쉬어야죠.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슬럼프가 왔다고 할까요...예전에는 정말 꾸준했는데...제 2의 전성기를 맞았으니, 이제 슬럼프라고 믿고싶네요. 선수들이 슬럼프를 갖는건 당연하니까요...
이재석
05/06/04 23:49
수정 아이콘
람슈타인이 오나요,, 음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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