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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3/03 16:52:55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퍼온글]빌 게이츠와 이창호
[중앙 포럼] 빌 게이츠와 이창호




마이크로소프트의 황제 빌 게이츠는 몇 년 전의 인터뷰에서 "당신이 일생 동안 이루지 못한 것이 있는가"란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세계 체스 챔피언이 되고 싶었고 또 세계 바둑 챔피언(the world best GO player)이 되고 싶었다.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빌 게이츠같이 바쁜 사람이 체스는 그렇다 치고 멀고 먼 동양의 게임인 바둑에 빠져들었다는 게 놀랍다.

체스와 바둑 얘기가 나오자 질문은 자연스럽게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수퍼컴퓨터 딥소트(Deep Thought)로 옮아갔다. 빌 게이츠는 "나는 오래 전에 컴퓨터가 체스 챔피언을 이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승리는 별 게 아니다"고 말해 또 한번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딥소트라는 기계는 오직 체스만 할 줄 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컴퓨터 천재로서 빌 게이츠도 컴퓨터가 인간 최고수를 꺾은 사실이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음 타깃은 바둑"이라고 큰소리 치는 대신 기계(machine)와 인간(human)의 얘기를 하고 있었다. 기계세상을 이끈 선도자가 단 한가지만 할 줄 아는 기계에 비해 유머도 즐기고 어린아이도 설득할 줄 아는 인간이야말로 진정 놀라운 존재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었다.

바둑의 최강자 이창호 9단은 8세 때부터 바둑 외길을 걸었다. 온종일 바둑만 생각하고 잠잘 때도 바둑만 생각했다. "바둑은 나에게 요술 거울이었으며 나는 그 속으로 끝없이 걸어들어갔다"고 그는 어린 시절을 회고한다. 이리하여 이창호는 정밀도가 극히 뛰어난 '바둑 기계'가 되었다.

그런 이창호 9단이 올해 들어 두 달간 1승5패라는 치욕의 전적을 기록했다. 이창호라는 컴퓨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며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이창호는 몇 년 전부터 책에 푹 빠져들어 서치(書痴)라는 별명을 새로 얻었다. 그는 세상을 알고 싶어 고서에서 현재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폭탄주도 마셔봤다. 이창호가 바둑판 361로 밖으로 걸어나간 것이다.

인생을 알면 승부가 약해진다. 승부는 무심하고 비정하다. 그러나 진심을 다해 인생을 생각하면 유심하고 유정해진다. 이로 인해 고도의 집중력이 단 1, 2%만 분산되더라도 간발의 차로 강적에게 무릎을 꿇게 된다.

그래도 이창호는 책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걱정하는 기자에게 "잃는 것이 있다면 얻는 것도 있지 않겠어요"라고 반문했다. 잊히지 않는 한 장면이 있다.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이창호가 어느 날 한국기원 한쪽 구석에서 허름한 중년남자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이창호가 살인적 대국 횟수에 시달리던 시절이기에 그와 태평하게 바둑을 두고있는 낯선 남자는 더 대단해 보였고 직원들도 누구일까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아무도 아니었다. 그냥 이창호와 바둑을 두고 싶어 돈 한푼 안 들고 무작정 찾아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창호는 "노"라고 말하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대국이었지만 편안하게 두었다.

그 광경은 잔잔한 감동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 장면은 17세에 세계를 제패한 이창호가 만들어진 바둑기계가 아니라 빌 게이츠 말대로 놀라운 인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세상에 자기 분야와 자기의 능력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고장난 기계 같은 전문가들은 숱하다.

1승5패라는 최악의 부진 속에서 기적의 5연승을 거두며 농심배 국가대항전에서 우승한 이창호의 모습이 그래서 더 값지게 다가온다.

중앙일보 박치문 바둑 전문기자

꽤 괜찮은 글이죠?

저도 프로게이머들이 게임만 잘하는 기계가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프로게임계에서도 놀라운 인간임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승과 패라는 갈림길에 굴하지 않고 승부보다 중요한 것을 찾아내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것이 꼭 선수가 아니어도 좋을 겁니다.

그들의 승부를 통해 승패의 갈림길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들의 팬이 되

는 것만으로도 좋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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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 Free
05/03/03 17:04
수정 아이콘
박치문 기자님이 글을 잘 쓰시죠.. 바둑에 관심있을 때 저분 글 읽을려고 일부러 중앙일보 보기도 했었죠 ㅋ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wannaRiot
05/03/03 17:16
수정 아이콘
얼마전 피지알에 이창호님에 대한 글을 보고 그후 매일같이 이창호만을 검색해서 보게 되는데요
이번 우승이나 이창호님의 행보나 정말 흥미있네요 ^^

그때 소개 된 타이잼인가에도 가입하고 흐흐,
우승기사에 꼬릿말이 2200개인가가 넘어선 상태더군요 -_-;;
그래서 저도 가입하고 일조 하고 왔지만서도 꼬릿말때문에 서버 다운된다는 소리 듣고(즐거운 비명이겠지만^^)조금은 미안하기도 했네요 -_-ㅋ

이창호님에 대한 그 신격시 하는 중국인들의 반응에 정말 깜짝 놀라기도 했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제가 힘이 나더군요 ^^
암튼
대한민국 파이팅입니다!!
아 영어로 way to Go라죠, 어색해-_-;;

그래도 파이팅!!
머신테란 윤얄
05/03/03 17:19
수정 아이콘
쵝오 이창호~~!!!!!!
renewall
05/03/03 17:38
수정 아이콘
(2005-03-03 17:38:20)
바둑은 참 신묘하죠. 빈 반상위에 흑돌과 백돌이 하나씩 놓여질뿐인데 어느새 방죽이 쳐지고 집이 되어버리는..
바둑 잘 두는사람, 그게 업인 프로기사, 그 세상에서 10년을 평정한 이창호라는 그는 과연 -_-;;
Dark..★
05/03/03 17:42
수정 아이콘
아.. 바둑에서 올킬이라니..
라구요
05/03/03 17:56
수정 아이콘
바둑계의 머슴형제 .. 이 창 호 ....
결코 화려한 수는 배제한채, 어떠한경우도 포기않고 거둔 역전승만 수차례..
거센 신예들과, 중국/일본의 도전속에서 왕좌가 흔들리긴하지만, 그는 아직도 우리의 영웅입니다.

스타나 바둑이나.. 최고의 두뇌스포츠임에는 별 다를게 없네요.

바둑기사들과 프로게이머 비교.. 조만간에 글한번 올릴예정입니다.
미스서
05/03/03 18:37
수정 아이콘
이야 정말멋있군요 빌게이츠가 그런말을햇다니 바둑의세계에서는 무지하지만 두뇌플레이.. 그런 바둑의세계에서 이창호선수 정말대단합니다 ^^
05/03/03 20:17
수정 아이콘
스타도 슈퍼 컴퓨터가 하면 잘할까요 ..? 하하하
다친러커..
05/03/03 20:54
수정 아이콘
컨트롤과 생산을 동시에하면서 해야할일만을 딱딱 골라 하면서 상대의빌드에 대해 이길수있는 갖가지 방법을 골라하면서.. 1퍼센트의실수도안하니까 더 잘할수도있겠져? 스타는 스타급센스로 대항해야겠죠. 컴퓨터는 그 부분은 생각을 못할테니까요.
춤추는꿀벌
05/03/04 10:10
수정 아이콘
이창호가 얼마나 인기인지 알려주는 경험을 했었습니다. 저희 실험실 포닥(며칠전 네이처에 페이퍼가 억셉되었음)과 이야기 하다가 제 고향이 전주라고 했더니 갑자기 "Oh! Home town of Changho Lee"라고 감탄하더니, 기회가 되면 이창호가 어렸을때 살던집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완전히 욘사마 분위기 였음 ^^;; 미국서 몇년 살면서 제 고향도시를 알고있는 외국인은 처음 봤었죠. 이창호 사범 참 대단하죠?
bilstein
05/03/04 11:13
수정 아이콘
흠...체스두는 슈퍼컴퓨터는 IBM것 아닌가요? 빌 게이츠가 왜 자랑스러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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